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아 숨쉬면서도 30여 년을 나 몰라라 살아버린 친구 부부를 놀랍게 만났다. 나쁘게 헤어진 일도 없었다. 


하루라도 못 보면 눈에 가시가 돋듯 전화하고, 주말만 되면 이 친구 저 친구 불러내어 함께 살뜰히 살아왔던 그런 사이들이었는데, 어느날 언제부턴가, 안부 한 번도 없이 그렇게 헤어져 잃어버린 인연이 돼버렸다.


젊은 시절은 열정을 불태워 새터민의 삶을 개척해야 했기에 누굴 탓하랴. 만남이 이뤄진 건 하늘의 섭리라는데, 우리는 관계를 형성해가는 인간적 책임감을 너무나 허술하게 팽개치듯 살았던 것이다. 


 허덕이며 쫓기듯 중년의 삶을, 아이들 낳아 복되게 성장시켜 짝을 맞추어 손주들 안아보기까지 분명히 쉬운 삶은 아니었다. 팔팔하던 젊음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역경과 혼란 속이었지만 숙명적인 삶의 여정을 더러는 환한 기쁨 가운데서 엮어갈 수 있었다.


그들이 곁에 있었기에 세상이 주는 희비쌍곡선을 넘나들 수 있었고, 갈고 닦은 인륜의 온갖 지혜와 사랑을 함께 나누며 천둥, 번개, 비바람을 피해갈 수 있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캐나다에 정착하여 뭘 해야 먹고 살꼬? 걱정과 염려도 필요없이 어느 누가 일터에서 부르거나 예비된 것이 없었어도 밥 세끼는 마련되어 있던 캐나다 이민생활이었다.


공무원으로 연봉이 보장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로라 하는 회사의 중역자리를 꾀여 찾는가. 결코 아니다. 이 사회에 발 딛고 삶을 적응하려면 소통의 원칙은 기본이었기에, 국가 장학금이 배당되어 말을 배워야 했고 생활비 조달까지 깍듯이 챙겨주는 이곳 이민의 나라 캐나다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젖과 꿀이 흐른 가나안의 정착지라 일컫지 않았나. 캐나다는 지금도 부정할 수 없는 복지정책이 야무진 최고의 국가라는데.


젊어 넘치는 패기와 열정이 용광로처럼 들끓던 시절에 함께 했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숨가쁘게 겪은 세월의 흔적이 이곳 저곳에 흠뻑 배어 있었다. 온갖 풍파를 이겨내며 버텨냈던 지난 이야기들, 세월은 주름살로만 연륜을 덮어버린 게 아니었다.


세월호의 슬픔이나 천안함의 원통함이 물 건너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가치 없이 밀려드는 하세월은 지구촌 어디에나 고통과 절망으로 몸서리치게 찾아들고 있었다.


 숙명적이라 할지라도 유방암이란 살인병의 침범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큰딸을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고, M형의 혈관수술에 심장병 후유증까지 버거운 건강의 위태로움에 속수무책 가는 세월은 참으로 야속했던 것이다. 


두 손주를 낳아놓고 싱싱한 젊음을 앗아가버린 조물주는 어찌 그리도 야속하단 말인가. 차라리 손발이 잘려나간 거라면 견뎌낼 수 있으련만, 생떼 같이 딸아이가 무슨 죄값을 치르면서 그런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을까?


하늘도 땅도 무너지고 꺼진들 부모의 고통과 슬픔에 무엇으로 견주며 치유받을 수 있을까? 가버린 세월이 그래도 위로와 희망을 안겨줬기에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와 정겨움에 시간 헤아릴 틈도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잃고 흘러가버린 관계 속에 못다 퍼낸 사연들, 이제는 한과 설움을 토해낼 수 있는 옛 친구를 다시 만나지 않았는가.


그대 이야기도, 내 이야기도 함께 퍼내며 찬란한 이 세월을 맞이하세. 못다한 이야기며 숨겨졌던 얘깃거리까지 죽기 전에 다 펼쳐내고 가야 할 것 아닌가. 잃어버렸던 30년의 주고받지 못했던 남은 정들 맘껏 퍼내고 살아가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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