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그리움의 계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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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다. 선선하다는 아침 저녁의 체감온도가 어느 사이 쌀쌀하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기러기 떼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그 많은 기러기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무리 지어 어디론가 날아갈 비행연습이 한창이다. 이렇게 가을이 불러온 풍광은 선물 같기만 하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우리집 뒤뜰에는 꽃밭도 있지만 작은 텃밭이 있다. 그래서 해마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때쯤에, 여름 동안 가꾸어 온 채소, 고추 등을 갈무리 한다. 금년에는 제법 빨간 고추도 우리가 먹을 만큼 달려, 지금 가을의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잎은 벌써 누렇게 변색되어 가고 있다. 지난 봄 텃밭에 모종해서 가꾼 고추며 가지, 토마토 포기에도 이제 까실한 가을이 물들어 있고, 누릇누릇 쇠가는 호박넝쿨의 늙은 호박이 무거운 몸을 가누고 있는 모습에도 이제 완연히 가을의 그늘이 서려 있다.


 동남아 지역의 무서운 태풍, 지진 그리고 서인도 제도 근처에서 시작해서 북미로 불어오는 힘찬 허리케인 등 지구촌의 기상이변에 위기를 느낄 만큼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어 걱정스러움 속에서도 가을이 열렸다. 맑은 하늘과 신선한 바람이 조화로운 이 가을에 낙엽이 수놓은 원색의 거리를 걷는 기분을 짧게나마 느낄 수 있는 가을이라는 계절은 분명 우리들 삶에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푸르고 푸르는 쪽빛하늘과 붉디붉은 단풍과 산들바람의 희롱에 따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원색 물결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또 있다. 바로 낙엽이다. 늦가을의 광활한 푸른 하늘 아래 바람에 밀려 다니는 낙엽들은 색색이 계절을 수놓아 간다. 지구의 한 구석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는 낙엽을 보고 있으면 아련히 먼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그리운 사람들, 그러나 이젠 모두 사라지고 행방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다. 


결국 인생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역사라고, 마치 파도가 밀려와서 철썩거리다가 썰물이 되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또 밀려오고 사라져 가듯이 만남과 헤어짐의 수 없는 반복이 인생인 것 같다.


 세월이 이리도 빠른가, 참으로 초고속으로 달려온 열차처럼 그 숱한 나날의 작은 간이역들을 쉬지도 않고 지나쳐 어느덧 종점을 향해 가는 한 가을의 고갯길에서 길고 지친 기적을 울리고 있는 계절의 뒷모습을 본다. 문득 지나가는 바람소리에도 갈대와 옥수수밭 서걱이는 소리 들리는 것 같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코스코에 들린다. 식료품 선반에 산더미같이 쌓인 과일들 앞에 서면 잠시나마 우리들 삶에서 가난이란 말을 잊게 하는 이 계절은 분명 즐거운 절기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그 팽만한 단감의 감미로운 향기를 맡고 있으면 불현듯 어린애 같이 가슴 뿌듯해지고 이상하게 설레는 환각으로 아득한 고향 감나무에 매달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던 까치밥(주홍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먹을 것 입을 것이 모자라는 어려운 생활환경 가운데서도 어려운 이웃에 대하여 나눔의 문화가 꽃피워져 있었고 하찮은 짐승에 대하여도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따뜻한 마음의 결과인 까치밥을 남겨 놓는 배려와 나눔이 있었다. 그 배고팠던 시절에도 늦가을이 되어 날씨가 영하의 기온으로 추워질 때에 까치를 비롯한 날짐승들이 먹을 것이 없음을 염려하고 까치밥을 남겨두었던 선조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다.


 하늘도, 바람도, 햇살도 자연의 모든 것들이 향기롭다. 가을을 일러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 낭만의 계절, 사색의 계절, 사랑의 계절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낌없이 예찬했다.


 북쪽에는 눈이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오니 이곳에도 가을이 이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예고 없이 가을이 왔듯 곧 겨울 추위가 스며들 터, 이 계절이 다 가기 전 아름다운 정취를 가슴에 담는다.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물방아 돌듯 때가 되면 돌아오고, 또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건만 가을이 되면 우리는 감성적, 성찰적 존재를 회복한다. 이렇게 가을의 의미가 새삼 인생의 의미로 연결된다. 아마 자연의 섭리를 인생살이에 비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열적이고 생산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계절을 지나, 찬 바람이 옷깃 속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삶의 끝자락이 언뜻언뜻 비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은 인간의 최대의 스승이며 스스로를 비춰보는 계절이 주는 성찰이리라. 그래서 가을은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는 그리움의 계절이다.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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