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아이들 덕분에 매상이 조금씩 올라와 남편이 떠나고 1년 후 가게를 개인매물로 신문에 올렸다. 한 두 사람 전화가 오긴 했으나 살려는 사람은 없었다. 요즈음은 한국 사람들이 점차 가게를 떠나가고 있는 추세여서 외국 사람들 쪽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 사람을 통해 중국마켓에 올렸더니 중국 사람도 아닌데 왜 매물을 시장에 올렸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난 과연 가게를 팔 수 있을까, 염려스러울 때마다 딸에게 그런 류의 얘기를 하면, 걱정하지 말라며 권리금을 못 받으면, 물건 값만 받고 넘기면 되고, 정 안 되면 문을 닫고 나오는 방안도 생각해 보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난 그때마다 딸아이가 고맙고 참 든든했다. 


 개인매물로 내놓는 것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어 부동산을 통해 정식 리스팅에 올리고 보니 외국 사람들이 한 두 사람 관심을 갖고 보러 오기도 했다. 가게를 마켓 리스팅에 올리고 1달이 넘어갈 즈음 오퍼가 들어 왔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반가우면서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과연 이 오퍼가 성사될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 


 가게를 사겠다는 사람은 시리아 사람으로 캐나다에 온 지는 7개월이 되었다고 했다. 남자는 나이가 60 가까이 되어 보이는데 부인은 30대 중반 쯤으로 세 살 된 딸을 데리고 남편의 친구라는 사람과 같이 왔다. 


 그런 그들이 가게를 사겠다고 오퍼를 넣었다는데 남자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데 친구가 도와준다고 했다. 정식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들이 변호사 선임을 하고 우리와 같이 조건을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건물주가 너무 까다롭게 한다며 우리 보고 그들한테 얘기를 좀 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큰 딸이 건물주한테 부탁하는 식의 메일을 보냈는데 어느 날 건물주를 볼 수 있었다. 난 이때다 싶어 손까지 덥석 잡으며 제발 부탁한다고, 갑자기 남편을 잃고 1년을 너무 힘들게 버텨왔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바이어가 마음이 바뀌면 어쩌나 그게 더 신경이 쓰였다. 


 무엇이든 임자가 따로 있다더니 그들이 우리 가게 주인이 되려고 했는지 몇 번씩 건물주와 조건을 맞추어 가는 것 같더니, 드디어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잔금을 주고받는 날짜까지 나와 있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돌아서며 나와 큰 딸은 한시름 놓았다며 우선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를 놓고 자리에 앉으며 큰 딸한테 그 동안 “애 많이 썼다며 고맙다고 했더니, 새 주인이 장사를 잘 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 시켜주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고, 가게 열쇠를 넘겨줄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딸을 보니, 남편을 보내고 딸들이 곁에 없었다면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싶으니 다시 또 딸들이 참 고마웠다. 드디어 가게를 팔고 사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가게로 돌아오니 그제야 안도의 눈물, 한고비 넘겼나 싶으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우린 딸들과 같이 아빠가 우리를 돕고 있다며 아빠가 해야 할 일, 내와 딸들에게 지워줬던 짐을, 이젠 내려놓을 수 있으려나 정말 남편이 돕기라도 하는 듯 남편에게 고맙고, 그 순간 남편이 참 보고 싶었다. 


 슬퍼할 겨를도, 편하게 쉴 수도 없이 그야말로 정신 없이 1년이 흘러갔다. 가게로 돌아와 그런 저런 상념에 젖어 있는 동안 밖엔 비가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낮엔 그리도 덥더니 가게에서 일을 하며 눈시울만 붉히고 있었는데 어느새 비가 그쳤나 보다.


 손님이 나가더니 무지개가 떴다며 나와서 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언젠가 나이아가라에 갔을 때 봤던 그 무지개가 옆집 가게 위에 떠 있었다. 난 다시 남편이 그 모든 일을 도와주고, 우리에게 격려하는 차원에서 ‘무지개 선물’까지 했다며 사진을 찍어 딸들에게 보내줬다. 


 왜 아니겠나. 딸들도 엄마 마음과 같겠지, 우린 서로를 격려했다. 그날 가게 문을 닫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무거운 짐을 딸들에게 안겨주지 않아도 되네 싶으니 짓눌렸던 눈물이 쏟아졌다. 언제 죽어도 좋은 마음의 편안한 눈물이 그냥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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